남의 허물을 너그러이 용서하세요
온천지가 모두 꽃과 잎입니다
겨울동안 묵묵히 있던 나무들이
저렇게 활짝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생명들은 안으로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잎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사람들도 각자의 특성이 있는데
세상을 살다보니 서로 닮아가고 있습니다
꽃은 가까이 볼 것과 멀리 볼 것이 있습니다
매화, 수선화, 제비꽃은 가까이 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벚꽃, 복숭아꽃은 멀리서 보아야 아름답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 나이에도
복숭아꽃을 보면 가슴이 설레입니다
그리고 그런 가슴에 기대어 보고 싶습니다
봄날은 마음을 들뜨게 합니다
복숭아꽃의 빛깔이 좋아 한 가지 꺾으려고
가까이 갔더니 이것은 아니였습니다
복숭아꽃은 한 가지 꺾어
꽂을 꽃이 아니었습니다
인간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가까이 보고 실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수행자는 멀리서 보아야 합니다
꽃과 새잎이 펼쳐진 신록 앞에서 우리도 철따라
맑고 투명하게 태어날 수는 없을까 생각해 봅니다
한 제자가 스승께 묻습니다
"제가 평생을 두고 실천할 가르침을 한 말씀 해 주십시오"
스님은 대답합니다
"그것은 바로 용서이니라"
용서는 관용이고 으뜸가는 미덕입니다
오늘은 "용서"에 대해 말하려고 합니다
허물을 낱낱이 꾸짖는다고 고쳐지는 것이 아닙니다
지탄을 받고 질책을 받으면 도리어 마음의 상처를 받습니다
선의의 충고는 인간형성에 유용합니다
그러나 함부로 꾸짖고 흉을 보면 안됩니다
허물을 감싸고 용서한 사람은 새롭게 태어납니다
남의 결점을 들치면 남의 미덕을 볼 수 없습니다
그것은 그의 시선에 따듯한 온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꽃과 새싹이 솟아나는 것은 훈훈한 봄기운 덕입니다
가을에 만물이 지는 것은 차가운 공기 때문입니다
남의 결점이 눈에 뛸 때 내 결점은 없는지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보아야 합니다
옛날 중국 초나라의 왕이 연회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촛불이 껴져 암흑이 되었습니다
평소 왕의 애첩을 사모하던 신하가
그 사이에 애첩에게 다가와 입을 맞추었습니다
놀란 애첩은 그의 갓끈을 끊어서
왕에게 말하여 벌을 내리게 하였습니다
이때 왕은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오늘 밤 이 자리에서 갓끈을 떼지 않으면 벌을 내리겠다
다시 불을 밝히니 누가 누군지 몰랐습니다
그후 초나라와 진나라가 싸움이 일어났습니다
그 때 장수 하나가 진나라 군사를 물리쳤습니다
알고 보니 그 장수가 왕이 용서해준 그 사람이었습니다
관용은 그렇습니다
만일 애첩의 말을 듣고 움직였다면
초나라 운명은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요즘 대통령은 이 정도의 그릇이 못됩니다
부시도 국민 반대하는
전쟁을 일으키고 이젠 질질 끌려다닙니다
법구경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남의 허물을 보지 말라
남이 했건 말았건 상관하지 말라
다만 내 자신이 저지른 허물과 게으름만을 보라
어떻게 해야 참다운 수행자가 될 수 있을까요
언제 어디서나 내가 누군가 스스로 묻고
그리고 누구의 허물을 들추지 말아야 합니다
일단 지나간 일을 가지고 들추지 말세요
그것은 아물려는 상처를 건드리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사람은 타인을
불행하게 하고 자신은 업에 매달리게 합니다
순간순간 원수 질을 되풀이하면
그것이 쌓여 하늘 아래 원수가 됩니다
가족간의 갈등이 있는 가정은
단면으로 보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전면적으로 보면 업의
인연이 되어 낱낱이 들쑤셔 놓습니다
다시 말하면 과거의 일을 들추지 마세요
아프리카에 사막의 수도자가 있었습니다
한 수도자가 장로에게 물었습니다
내 이웃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덮어두는 것을 잘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장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이웃의 잘못을 덮어줄 때마다
하느님도 우리의 잘못을 덮어준다
폭로할 때마다 우리의 잘못도 폭로하신다
용서하는 곳에 神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사는 것은 업의 놀음입니다
신앙생활은 업을 맑히려고 하는 것입다
서로의 얽힌 것을 풀어야 평안해집니다
우리는 언젠가 자기차례가 오면 이 세상을 떠납니다
그래서 업은 풀어야 합니다
죽음앞에서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죽음을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죽음은 제 2막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육체를 전체로 생각하다보니 두려워하는데
우리 영혼은 불생불멸입니다
나무를 보십시오
나무가 살다 그것이 끝이 아니고
씨앗이 떨어져 새로 시작합니다
죽음은 새로 시작을 의미합니다
순간순간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챙겨야 합니다
인생의 종점에서 용서 못 할 것이 없습니다
어머니 아버지는 끊임없이
자식의 허물을 받아들이고 용서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강인한 어머니 아버지가 됩니다
그 사람의 처지에서
서보지 않고는 바르게 이해가 안됩니다
가정이란 같은 뜻을 가지고 모여서 사는 것입니다
가족인연이 되어 함께 사는 것입니다
자기 편리만 주장하고 살면 미래가 막막합니다
끝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만약 누군가
맺힌 것이 있다면 제 이야기 듣고 풀어버리세요
한쪽이 져야 업이 풀어집니다
마음을 열고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가볍게 살아
그물에 걸리지 않고 바람처럼 살아야 합니다
글 법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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