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의 지게 *
매화 이민화
태백산 죽령 같은 아버지의 허리에
박달나무 단단한 지게
또 하나 등뼈로 살아
산 나무 휘파람 소리
평화롭게 살던 시절
칡뿌리 캐어 얹고 진달래 꺾어 얹어
약주 한 잔 걸치고
콧노래 부르시며
비좁은 산비탈 길을
흥겹게 걸으셨다
허리 하나 잘 세우면 가지 절로 뻗는다고
비 올수록 풀 일어서듯
고달픔도 고이 닦아
가난한 마음 한복판에
가훈으로 걸었다
세월은 도둑처럼 어느 새벽에 달아나고
길 잃은 아이처럼
아버지 서성인 밤
굽은 등 텅 빈 허리에
추억이 업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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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말씀이 없으십니다...
그저
넉넉한 웃음으로
그저
묵묵히 바라만 보십니다...
내 잘못을
아시고도 모르는 척
그렇게
모르는 듯 다 알고 계셨습니다...
오늘은
불현듯
아버지의 지게가 떠오릅니다...
칡뿌리와 진달래
지게 한 가득 실어오신
아버지의 사랑이
그립습니다...
술에 취한 듯~
추억에 취한 듯~
삶에 취한 듯 부르시던
아버지의 노래가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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